스포 있으여
마인드 스케이프(Mindscape, 2014)
기억과 관련된 영화는 나한테 평타는 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기대를 했던걸까 생각보다 정말 별로였다. 아니다. 기대를 안했어도 이 영화는 별로였을 것 같다. 도입부에 확 몰입됐는데 결말이 너무 아쉽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뭘까? 타인의 기억에 들어간다는 참신한 소재에도 그저그런 영화가 되버렸다.
주인공이라고 쓰고 호구라고 읽는 존이다. 마인드스케이퍼였으나 아내를 잃고 후유증으로 쉬고 있다가 돈이 필요해서 맡게 된 일이 안나의 단식이었다. 생각해보면 운도 더럽게 없다. 왜 하필..
째뜬 성공적인 복직은 실패! 존을 보면 왜 휴직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그 분야에서 잘나갔던 거 같은데 역시 몇 년의 공백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리고 난 나쁜 기집애~ 안나. 사실 엄청 매력적이어야하는 캐릭터인데 생각보다 그러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면서 봤는지 모르겠는데 나한테는 그랬다. 나를 찾아줘의 에이미나 오펀 천사의 비밀의 에스터급은 되어야 진짜 미워할 수 없는 쌍년이 아닐까? 에이미나 에스터는 와.. 진짜 개쌍년이네; 근데 너네 못 잃어 엉엉 너네 하고싶은거 다해ㅠㅠ 이런 느낌으로 봤는데 안나는 좀 똑똑하다고 나대네; 이런 느낌이었다.
내 생각에 이런 캐릭터는 가면을 썼을때와 쓰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극명해야 돋보이는 데 일단 영화에 그런 장면이 많지도 않았다. 그냥 그 나이의 사춘기+기분파+거짓말에 의해 행동하는 걸로 밖에 안 보였다. 안나랑 친해지기엔 영화가 불친절해..
그리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존이다. 안나가 똑똑해서가 아니라 존이 멍청해서 속고 있는 느낌이고 그래서 안나는 별로 한 게 없어보였다. 사실 안나는 마인드스케이프를 스스로 터득했으니 엄청 똑똑한 게 맞는데 그게 돋보이지 않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영화가 망해간다고 생각했다.
누명 쓴 국회의원의 인터뷰를 보던 존. 이때까지도 주디스를 난간에서 밀었던 건 누구였는지, 직장 상사가 안나를 성폭행했던건지, 안나는 마인드스케이프 도중 스스로 깬것이었는지 등을 따져보지도 않더니 뒤늦게 각성하게 된다.
이렇게 말 한마디에 깨달을 거면 진작에 잘하지그랬어..?
어째뜬 자신이 봤던 안나의 기억이 조작되었음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증거도 찾으며 안나를 의심하지만 안나한테 전화오니까 호다닥. 하...ㅎ 역시 그럼 그렇지. 결국 존은 안나의 계획대로 함정에 빠진다. 근데 여기서 안나의 시체도 없는데 존이 살인 용의자가 되어있는 것도 존나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음.. 저 대사가 이 영화와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기억을 완전히 신뢰 할 수 없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 이유는 사람은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진실을 볼 때에는 모든걸 보고 판단하고 있는지 생각해야하고, 기록이나 회상처럼 과거를 돌아 볼 때에는 왜곡된 부분이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
영화에서 안나는 악의적으로 자신이 만든 거짓기억을 존에게 보여줬는데, 이건 존의 입장에서는 기억이라기보다 남이 전달한 정보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결국 그냥 남의 말(영화에서는 기억이지만)을 쉽게 믿지말자 라는 흔하디 흔한 인생의 진리가 아닌가싶다.
아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설정도 이 부분과 관련 있는데, 거짓기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하는 명제가 깨진 느낌이었다. 나는 마인드 스케이퍼가 의뢰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무의식적으로 왜곡된 기억의 부분을 찾아내는, 어쩌면 프로파일러와 유사한 역할이길 바랐다.
이 대사를 보고 메멘토가 떠올랐다. 메멘토가 이 대사에 맞는 완벽한 영화가 아닐까싶다. 결국 영화로는 이해 못할 대사가 나오니 말하고 싶은게 뭔지도 모른 상태에서 영화가 끝났다. 차라리 메멘토를 보세요..